로이비통

나의 반려견은 ‘로이(ROY)’이다. 2017년 4월 1일, 강화 모처에서 살고 있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분이 레브라도리트리버를 분양한다고 해서 동생과 함께 키우기 위해 데려왔다. 누구에게나 환상 속에 있던 리트리버, 그중에서도 가장 영리하다는 레브라도리트리버. 반려견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키워보고 싶었던 그 강아지. TV에서 아름답게 비춰지는 천사견을 그렇게 입양해왔다.

사실 우리는 대형견에 대한 이해도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 단지 어렸을 때부터 집 안에서 반려견을 계속 키워왔기 때문에 ‘뭐가 다르겠어?’라는 마음만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소형견을 키웠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는 산책을 했었고, 정작 산책훈련이나 노즈워크, 기본적인 예의 훈련과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과 그와 관련한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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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춘기 강아지

대형견, 특히 리트리버나 보더콜리 등 똑똑하다고 알려진 중/대형견 강아지들은 각자 갖고 있는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해 생후 3~5년까지 소위 ‘지랄견’으로 유명하다. 대형견 견주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만한 이야기지만, 이는 철저히 산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나도 그랬다. 로이와 내가 본가에 같이 살 때, 나는 산책에 대한 내적 강박이 없었다. 볼일을 볼 수 있는 뒷마당도 있었고, 가족 중 누군가가 산책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산책을 거의 하지 못했다. 때문에 내가 알고 있었던 그 천사견은 스트레스 때문에 어머니와 동생에게 입질을 했다. 로이를 데려와서 거의 1년이 지난 뒤 알았지만, 사실 로이는 플랫코티드 리트리버와 진돗개 사이에 나온 아이로 그간 알고 지냈던 레브라도리트리버가 아니었다. 진돗개의 특성상 더 입질을 했을 수도 있다. 아니, 산책을 못해 스트레스를 풀 수 없었던 로이의 입질에 대한 잘못을 그렇게 덮어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019년 초, 로이의 입질로 어머니가 다쳐 로이는 도살장으로 끌려갈 신세가 되었다. 아버지는 화가 날대로 화가 나 있었고, 동생 또한 그랬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퇴원하기 전까지 로이를 치우라고 했고, 심지어 사촌형에게 전화해서 로이를 어디 보내라고 소통한 뒤였다. 당시 나는 독립을 준비하던 중이어서 로이를 급하게 훈련소에 맡겼고 6개월 뒤에 로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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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반려생활

처음 반려생활을 시작했을 때, 로이가 혼자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혹시나 옆집에 피해를 주지 않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미 소위 ‘피 맛을 본 개’라는 사람들의 수근거림 때문에 다른 사람, 다른 강아지들과 만날 수도 없었다. 때문에 마당이 있는, 옆집과 소통이 단절된 집을 구해서 입주했다. 내가 2015년 십자인대 재건술과 반월상 연골판 수술을 해서 산책하는 것을 지금도 극도로 꺼려하지만, 본가에서부터 실내배변을 하지 않는 로이 때문에 하루에 한번은 산책을 하게 됐다. 길어야 30분정도인 그 산책을 위해 로이는 하루 종일 집에서 나를 기다려야 했고 또 자기가 급할 때 나에게 와서 치대기에 산책을 두 번씩 나가는 날도 적지 않게 됐다. 그 무렵 이런저런 반려동물과 관련한 유튜브를 보게 됐고 특히 강형욱 훈련사의 유튜브를 보면서 아침, 저녁 두 번의 산책이 우리 사이에 암묵적인 룰로 굳어지게 됐다. 아침, 저녁으로 적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의 산책. 물론 집에 들어 올 때는 항상 씨름을 해야 했지만.